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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 뜯어먹기

필핀의 추억 - 바나웨와 사가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8. 25. 12:44
나이가 들었나...예전에 갔던 곳만 TV에서 봐도 울컥하고, 예전에 만났던 사람들이 그리워지고, 어디서 뭣들하면서 살까 궁금해지는 요즘이다.


그러다 우연히 EBS에서 필리핀 바나웨를 봤다.


천상의 계단식논이 늘어선 곳..세계 8대 불가사리..

그저 보는 것 이상의 감동이 끓어오른다.

내가 갔을때는 2000년도. 뭘 알고 갔겠나. 그냥 여행이랍시고 그 구비구비를 밤차를 타고 넘어넘어 갔었다. 사가다(Sagada)동굴 탐험이 유명하다기에 나섰다가 가는 길에 들렀던 곳이다. 버스 종착역이 바나웨였던가.. 거기서 지프니 하나를 대절해야 사가다로 넘어갈 수 있었다. 지금 가라고 하면 또 갈 수 있을까. 바기오에서 놀다가 같이 놀던 사람들과 삼삼오오 마음을 모아 그냥 갔더랬다. 배낭 하나씩 메고 그냥 구경을 간거다 ㅎ

바나웨 [Banaue]. 산을 온통 계단식 논으로 만들어서 농사를 짓고 재배해서 온 가족이 나눠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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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집과 그 안에서 논사이를 뛰어노는 아이들. 하늘과 맞닿은 곳에서도 사람은 살고 아이들은 자란다.
당시엔 전기도 전화도 없는 때였다. 지금은 들어갔다고 하지만..
그래도 별 불편함이 없었다.
지금에서 TV다큐로 보면 일부 식량 부족한 어린이들에 대한 애틋함도 있고, 여러가지 미비한 시설도 볼 수 있겠지만, 어린시절 객기부리며 갔던 곳은 그냥 신기해보이고, 그냥 좋아보였더랬다.



사가다(Sagada). 자연석회동굴이 유명하다. 전혀 해가 들지 않아서 이끼조차 없는 동굴. 신발을 바위틈에 감춰두고 오로지 렌턴을 든 가이드만을 따라서 맨발로 탐험에 나서야 했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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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엔 1박 후에 다시 바기오로 돌아오려고 했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었다.

하지만 우연히 새벽 미사에 갔다가 만났던 신부님 덕택에 신부님 사택에서 1박을 신세졌다 ㅋㅋ
성공회 성당이었는데..내 짧은 영어로 뭘 알아들었을까..다만, 미사 후에 내가 한국에서 왔다니까 반가워 하면서 신부님이 자기네 집으로 불렀고, 그 집에서 노닥거리다가 우리 일행 7~8명의 숙박을 부탁하기에 이르렀었다. ㅋㅋ 그렇게 또 1박을 버텼지.
그 신부님 참 좋았었는데..자녀들도 밝고..

처음 본 우리를 위해 아침엔 고구마며 아침거리까지 챙겨주셨던 분..진짜 좋은 분이셨다.
거길 나오면서 신부님께 말했었다. 여기 같이 온 일행중에 안 믿는 사람들도 여럿 섞여 있었지만, 신부님을 보니까 진짜 신부님 같아서 우리 일행들도 신부님을 통해 감동했을꺼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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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더 머물면서 에코밸리도 구경다니고..이 동네 관습이었다는 Hanging Corffins. 벼랑끝에 아슬아슬하게 나무관을 메달아두는 장례풍습도 봤다.

소를 한마리 잡으면 부위별로 선주문했다가 나눠서 사가던 마을. 아침엔 마을 길 따라 죽~ 장이 늘어서고..별로 없어보여도 평안해 보이던 마을이다.

그래도 외국인 관광객이 종종 보였던 곳이기도 하다.
거기서 살고 있던 한 영어강사는 한국서 1년 일해서 사가다에서 7년 살고 있다나..ㅎㅎ

여행에서 느끼는 배낭 하나로 자족하는 기쁨. 이해. 자족.

일상에서도 내게 과분한 것들은 좀 더 내려놓을 수 있는 그런 여유가 필요한 때인 것 같다.
뭣모르고 계산없이 그냥 질러대며 살던 그 시절이 그립기도 하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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