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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집마련의 시작, 종자돈이 부족하면 차라리 빌라를 사라!!


쌍춘년이 드디어 갔다. 작년 한 해 쌍춘년의 여파로 주말이면 결혼식을 한 두 탕 씩(?) 참석해야 했고, 그 덕(?)에 작년 가을 드디어 전셋집 대란도 맞이했고, 죽어라고 안 오르던 서울 변두리 소형 아파트가격까지 올라가고야 마는 큰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다들 전세가 씨가 말랐다고들 말한다.

작년에는 쌍춘년 여파로 예비 신혼부부들의 전셋집 구하기가 치열했다. 돈 있어서 집 한 채씩 턱턱 사줄 수 있는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 부모가 아파트 전셋집 한 칸 마련해주기도 어려운 게 사실이다. 서울 근교 및 서울 변두리권이라고 해도 20평대 아파트 전세 하나 마련하려면 1억 3~4천 만원선. 그것도 교통 좀 편하고, 서울 중심부로 진입할수록 전셋값은 겉잡을 수 없이 올라간다. 왠만한 벌이를 하고 있지 않고서는 두 사람이 알뜰 살뜰 준비한 결혼자금으로 아파트 전셋집을 마련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현실이고, 설령 융자끼고 이리 저리 둘러서 결국 신혼집을 마련한다고 해도 또래 친구들보다 출발선 자체가 뒤쳐진다는 생각은 버리기 어렵다. 그래서 차선으로 택하는 방법이 다가구, 빌라(다세대)의 전세를 들어가는 것인데, 잠실역 인근의 석촌동같이 교통 좋고 살기 좋은 곳은 방 두 칸에 9천~1억원 정도가 있어야 하고, 그것도 매물이 없어서 못 들어가는 실정이었다. 서울 변두리나 근교 수도권도 전철만 연결되는 빌라나 다가구라고 해도 방 2칸이면 6천 만원 대는 있어야 전세를 들어갈 수 있었다.

지금은 시장상황이 달라졌다. 여전히 전세매물 찾기는 어려운 실정인데, 그 주된 이유는 현재 전세입자들이 내집마련을 선뜻 나서고 있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전세 보증금을 빼고, 금융비용을 합쳐도 결혼 연차가 얼마 되지 않을 가정이라면 지금 시기에 융자까지 이용해서 아파트를 구입해야 할지 서로 눈치를 보고 있는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집값이 계속 떨어질 거란 소리는 나오고, 청약가점제가 곧 시행될 것을 생각하면, 상반기에 분양을 받던지 아니면 급매물이라도 잡아야 하나 싶지만, 원하는 지역에 급매물이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고, 버블세븐 같은 요지의 물건을 쉽게 구입할 처지도 아니라면 거의 실수요자들의 움직임인데, 내놓는 사람도 많지 않고, 사려는 사람도 많지 않은, 그야말로 관망세인 것이다.

 

그렇다면, 돈 없는 서민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당장 가진 돈으로는 내집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일단 두고 보면서 전세를 한 번 더 살아야 할까? 그러다가 또 아파트값이 오르면 어쩌지? 썩히고 있는 청약통장 상반기에 한 번 써 봐야 하나? 그렇다고 분양가가 낮은 것도 아닌데… 그러다가는 결국 돈 없는 내 신세의 넋두리와 함께, 있는 집에서 태어나 집 먼저 사서 돈 번 친구들 얼굴이 스쳐가면서 집값 올린 것들을 욕하면서 긴긴 겨울 밤을 보내게 된다.


과연 전세를 살아야 할까? 넘들이 다 그렇게 하니까 그것이 내집마련을 위해 거쳐가는 하나의 과정인가? 전세집을 융자없이 구해서 어느 정도 종자돈을 모아서 아파트로 갈아타는 경우라면 굳이 덧붙일 말은 없다. 하지만, 아파트 구입을 목표로 해서 일단 전세도 융자를 이용해서 얻어야 하는 경우라면, 굳이 전세를 마련하느니, 차라리 빌라를 사라는 것이다.

 

사람들은 빌라를 산다고 하면 비웃는다. 전셋집 들어갈 돈이 마땅치 않아서 융자를 끼고 빌라를 샀다고 하면, 차라리 월세를 살지 모하러 빌라를 샀냐고 다들 한마디씩 한다. 그런 예가 나의 경우다. ^^

동갑내기 부부, 결혼 초 우리에게 있는 돈은 고작 3천 만원. 직장초년생인 우리에게는 그 3천 만원은  모으기 어려웠던 첫 종자돈이다. 철없는 우리 부부는 과감하게 빌라를 샀다. 물론 20년 융자를 충분히 받아서 은행집을 산 것이다. 선택의 여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고, 저리융자를 이용해서 갚아 나가면서, 차라리 펀드로 종자돈을 더 마련하자는 생각에서였다.

집을 사면서도 남편은 그냥 손해보고 팔 생각하고 사자고 했다. 해마다 1천 만원씩 안 떨어지면 다행이니까, 2~3년 마음 편히 살고 나가자는 생각을 일단 저질렀다. 그 후 3년이 지났고, 우리는 빌라를 팔았다. ㅎㅎ 신축빌라라서 주차는 넉넉한 집이었고, 벽에 못 질도 안 하면서 최대한 집 상태를 새집처럼 최상으로 유지했다. 주변에는 빌라밖에 없고, 서울의 변두리니까 공기도 나쁜 편은 아니었다. 비록 지대가 높은 곳이라서 과연 제값에 팔릴까 하는 의문은 있었지만, 내놓은 지 얼마 안 되서 내놓은 금액 그대로 팔렸다. 일대가 빌라촌이라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은근히 있었고, 전세를 끼고 사두면 나중에 오르지 않겠냐는 사람이 사간 것이다. 우리 부부는 그 개발 소식을 믿지는 않았지만...

 

우리 집을 팔면서 중개업소에서 들었던 더 놀라운 사실은 3년 전에 우리가 살까? 하고 망설였던 빌라는 지금 재개발 소식으로 값이 배가 뛰었다는 사실이었다.

그런 경우는 운 좋은 케이스라고 간과할 수도 있을 지 모른다. 그런 집을 산 사람이 제 복이라고 치부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우리 부부는 빌라를 산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집주인 눈치 안 보는 내집이라는 자부심도 있었고, 빌라라고 다 손해를 보고 파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청약통장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보통 무주택기간을 늘리고, 청약저축 가입을 위해 집을 안 산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던데, 나는 개인적으로 청약을 별로 기대하지 않는다. 임대주택도 결코 싼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있고, 아파트 분양을 받는다고 해도, 서울은 주로 중대형 평형 위주로 분양하는 상황이고, 평당 1천 만원을 넘는 분양가는 이미 오래 전 말이다. 저렴하게 분양한다고 해도 우리가 융자없이 감당하기는 어렵다. 그렇다고 전매가 되는 것도 아니고, 분양할 넓은 대지도 거의 없는 상황인 만큼, 재개발로 들어서는 단지들은 동간도 좁고, 5백 가구 내외만 되도 큰 단지라고 할 정도다. 나를 위한 맞춤 단지를 분양에서 찾기는 일단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1순위로 유지하다가 수도권에라도 혹시 넣을 만한 곳이 있을까 하는 기대감으로 넣은 것이고, 그나마도 가점제가 도입되면, 우리 같은 젊은 부부는 점수만 깎아먹지 않겠는가. 따라서 청약통장은 청약가능한 통장일 뿐 큰 의미를 주지는 못하는 통장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서울시내에는 여전히 다세대, 빌라주택이 많다. 재개발이 지정되어 있지 않더라도 빌라 밀집지역은 여전히 많고, 개발을 기대하면서 들어가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일단 재개발이 확정 발표가 나면, 값은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외지에서부터 투자하려고 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을 것이다. 재개발이건 지역재건축이건 발표가 나면 늦는다. 어떻게 알고 들어가겠냐고 하겠지만, 재개발이 확정되지는 않았어도, 주민들 동의서를 걷고 있는 지역이나, 일대에 아파트는 거의 없고, 단독,다가구,빌라들이 주로 들어서 있는 곳이라면, 개발을 기대할 만한 지역이라고 생각한다. 직접 연결되지는 않더라도 인근에 큰 상권, 주요한 역이 있다면 이 지역 역시 개발의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나는 전셋집 갈 상황도 아니라고, 종자돈이 없는 이 현실을 원망하는 예비 신혼부부라면, 차라리 과감하게 빌라를 저지르라고 말하고 싶다. 개발이 구체화될 때까지 거기서 평생 살라고 하고 싶진 않다. 종자돈을 비축할 동안 전세 살듯이 잠깐이다. 재개발이 된다고 확정된다고 해서 종자돈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버티기로 들어간다는 것도 말리고 싶다. 재개발사업이 추진되서 입주권까지 받는 동안이라면 오를만한 아파트는 다 오르기 때문이다.

 

종자돈이 없다고 환경을 탓하지 말고, 과감하게 빌라를 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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