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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공직자! 그들은 정해93적(丁亥93賊)인가!
丁亥年 벽두에 MTV PD수첩을 통해 들려온 소식은, <고위공직자 792명의 부동산 - 93명이 버블세븐 지역에 2채 이상 보유>라는 그다지 새롭지 않은 내용이었다. 2005년에도 이와 유사한 내용이 세간에 오르내렸고, 대선 때마다 대두되는 내용이기도 해서 늘 들었던 고위공무원들의 행태려니 치부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시절이 시절인지라 고위공직자들의 행태를 안 짚어볼 수가 없었다.
<PD수첩>이 조사한 대상은 2006년 2월 관보에 신고된 내용을 기초로 해서 2006년 11월부터 4개월간 나급 이상 고위공무원 792명의 부동산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는데, 이들의 소유건물은 총 1,656채로 1인당 평균 2채 이상을 보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전체 건물 중 버블세븐 지역 즉 서울 강남, 송파, 서초, 목동, 분당, 용인, 평촌에 1채 이상의 주택을 보유한 사람이 전체 60%인 475명이고, 2채 이상의 아파트를 소유한 고위 공직자가 93명(11.7%)이라는 거다. 그 외 토지소유도 만만치 않았는데, 총 367만8382.9평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 중 국가청렴위원회에 속해서 마치 청렴해 보일 것 같은 이모씨는 아파트2채, 근린생활시설3채 등 강남에 5채를 보유하고 있었고, 국무조정실 신씨는 본인과 배우자 명의로 93,800평의 토지를 소유한 땅부자였다.
인터뷰 내용들을 보면 아주 가관이었다. 25세 아들명의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를 사둔 한 공직자는 이 땅의 부동산 가격에 개탄하면서, 직장생활만 해서는 집을 구입할 수 없어서 미리 사두었다고 말하면서 어서 빨리 직장생활만으로도 내집마련할 수 있는 시대가 와야 한다고 서민스럽게 말했다.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부자아빠처럼, 소득으로 투자하지 않고, 가 외 돈으로 투자하면서 시간흐름에 맞게 호재가 있는 곳만 잘도 찾아서 재산을 증식시키고, 자녀의 장래를 책임지려는, 요즘 젊은이들이 존경할만한(?) 훌륭한 아버지였다. 그 외에도 은퇴 이후 어디에 살 지 몰라서 강남, 용인, 충남 등을 넘나들면서 곳곳에 신속하게 내집마련을 한 공무원도 있었고, 와이프가 어디서 정보를 얻었는지 땅을 샀다면서 불법임에도 불구하고 개발예정지만 골라서 땅을 사 모은다는, 마누라 잘 둔 공무원도 적지 않았다.
부동산시장은 어찌 보면 정보가 생명이다. 대박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토지라고 할 수 있고,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을 때 대거 구입했다가 개발호재 생겨서 파는 것이 대부분 투기꾼들의 꿈이다. 그런데 그들이 결코 정보 없이 움직이지는 않는다. 어디선가 흘러들은 A급 개발정보가 있으니까 그렇게 무모해 보이는 것 같아도 기어코 사들이는 것이다. 그 정보는 민간에서는 알기 어려운 것으로, 당연히 관련 공무원에게서 나올 수 밖에 없다. 어쩌면, 소수 힘있는 자라면, 발표된 예정지도 일부 수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정보의 근원지, 상위 공직원들이 당첨번호 알고 쓰는 로또를 거부할 이유가 있겠는가. 사돈의 팔촌의 명의를 빌려서라도 사고야 말 것이다. 지들이 나와서 재건축 아파트에 대한 규제가 커진다고 부동산 안정화를 꾀하는 양 공포하고 돌아서서, 가격이 주춤거릴 때 요지의 재건축 아파트를 냉큼 사들이는 게 그들의 논리다. 자기네가 내세운 정책이어도 스스로는 신뢰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부동산정책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국민은 무엇을 믿을 수 있을까?
곧 집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논리는, 개그프로에 나오는 띠띠리띠리처럼 이미 태어날 때부터 신뢰를 잃었다.
올해 초 부랴부랴 발표했던 1.11대책과 1.31대책으로 지금 부동산시장은 관망세로 돌아섰고, 그간 줄곧 아파트 가격을 견인하던 주요 재건축단지들의 가격이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는 정보업체들의 보도는 연일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시장에 나가서 직접 확인해 보라.
과연 매물은 있는 지… 급매물이나 저가로라도 팔겠다는 사람들이 과연 있는 지… 전세매물은 그나마 있는 지… 현실은 다르다. 지난달까지 줄기차게 상승하던 내 귀한 집을 가격이 조금 내려간다고 누가 선뜻 팔겠다고 내놓겠는가. 지금의 역경(?)만 조금 더 버티면 대선이 오고, 이래저래 2주택으로 양도세를 내야 한다면 이왕지사 꼭지에 팔겠다는 생각이 앞설 것이다.
한편 사려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떨어진다는 매물을 누가 사겠는가. 실수요자들 외에는 선뜻 투자처로 집을 구입하기는 망설여지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냄비근성은 부동산시장에서도 잘 나타난다고 생각하는데, 서로 사자사자하고, 친구건 친척이건 서로 독려하면서 사자사자 해줘야 빚을 내서라도 기어이 사는 게 우리 내 심리다.
따라서 3,4월 결혼 시즌을 앞두고, 수도권 곳곳에서는 예비 신혼부부들이 전세집을 찾느라고 분주한데, 오히려 전세매물은 찾을 수도 없다. 마치 작년 가을, 쌍춘년의 여파로 서울,수도권 전셋집이 씨가 말랐던 것처럼. 기존에 살던 집에서 조금 더 버텨보자는 예비 내집마련자들의 이동이 없어서 전세매물이 안 나올 수도 있고, 늘 말하던 짝수년에 전세집이 더 많다는 이유 때문일 수도 있을 것이다.
반면에 시장은 정부의 정책에 반하듯 경기도는 뉴타운으로 들썩이고 있고, 뉴타운 예정지 인근으로는 중개업소들이 사흘이 멀다 하고 새로 문을 열고 있다.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뜨는 지역의 지표는 곳곳에 들어서는 중개업소가 아니던가. 정부의 임대주택 공급에 대한 의지와 수도권 30만호 건설은 추진되겠지만, 경기도 뉴타운의 여파는 결코 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물론 적게든 많게든 뉴타운 개발호재로 인한 개발이익은 발생할 것이고, 우연히 그 지역에 살다가 앉은 자리에서 돈을 벌 사람도 있을 것이고, 전략적으로 매물을 사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관심 없이 흘려 보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뒷북 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개발소식을 듣고서 반응하는 것은 그들의 몫이라고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두에서 말한 고위급공직자들의 다주택보유 행태에 대해서 그들의 인격이나 공직자로서의 자질 등을 논하기에 이미 그들은 너무 많이 다른 길로 가버렸고, 그들에 대해 한 개인이 탓한다고 하던 짓 쉽게 끊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금도 욕을 먹고 사는 구한말의 을사5적은 나라를 팔아서 배를 채웠다면, 지금의 정해97적은 배를 채우기 위해 정보를 독식했고, 정보를 팔았다. 97명이나 되니 을사5적 때보다 막강하다. 지금도 을사5적의 자손이 번창하고 있으니 97명의 집안은 또 얼마나 세세에 번창할까.
쌔빠지게 야근하다가 퇴근해서 다늦은 야식을 먹으면서 TV를 보던 나는 광분하던 마음을 가라앉히고, 잠자리에 들면서 97명의 자손 중에 어디 아는 사람 통해 정보나 나눠받았으면 하는..소박한 꿈을 꾸어본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