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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키우기

가족은 같이 살아야 한다.

알 수 없는 사용자 2007. 6. 28. 22:02

직장맘의 저녁은 과히 편안하지만은 않다.

사회적으로도 인정은 못받더라도 넘들만큼은 일을 해줘야 하고, 요즘 같은 시절 칼퇴근하면서 회사에서 버틸수는 없는 실정이다.

회사는 한창 상반기 마무리작업들과 인사고과 평가로 정신이 없고, 집에 와서도 맘은 늘 불편하다.

애기는 시댁에 있으니, 저녁은 니시간이라고 하겠지만, 과연 그러한가...

이렇게 늦게 퇴근할 때는 내가 무엇을 위해 일하나 싶을 때가 있다.

애는 시댁식구로 완전히 길들여져서 부모를 찾지도 않고, 엄마가 가도 늘 보는 할머니와 고모가 우선이다. 아리러니하게도 시누이는 임신과 함께 직장을 관두고, 요즘은 친정에 와서 쉬고 있다. 행복한 인생이다.

나는 나대로 애를 위해 돈을 버나 싶지만..시댁 생활비 겸 양육비로 들어가게 된다. 손에 쥐는 돈도 없다.

늦은 저녁, 내 인생이 왜 이렇게 꼬였나 싶을 때 시장을 돌아본다.

늦저녁장을 보는 사람들과 떨이로 내 놓은 물건들..어서 팔고 집에 들어가려는 분주한 모습들..

나와 같은 사람들이 여기서 생계를 위해 피터지게 살고 있구나 싶어서 큰 동질감과 함께 위로를 받는다. 그 늦은 시간 가족과 함께 하지못하는 동질감들..

언제쯤 저녁을 식구들과 함께 먹고, 9시뉴스라도 느긋하게 볼 수 있을까...

그들과 나는 무엇을 위해 이렇게 달려가고 있나.

돌지난 지금의 시절을 함께 하지 못한 엄마와 나중에 유치원, 초등학교, 중고등학교시절을 거치면서는 과연 내가 내 아이에게 보다 떳떳하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을까..

어느 새 주희는 떼가 늘었다.
17개월에 예의를 가르치기는 무리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눈치는 빠삭해졌다.

과연 주희에게 엄마는 필요한 존재인가..싶은 생각이 들면, 마음은 미어지게 피눈물을 흘린다.

할머니, 할아버지의 재롱둥이, 고모, 삼촌과 놀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게 현재로서 누릴 수 있는 최상의 행복인가 생각해볼 때 내가 뭣하는 짓인가 싶다.

좋은 엄마가 될 자신은 없어도, 엄마의 자리를 알게 해 주고 싶은 욕심은 있다.
시댁에서야 주말만 찾는 독한 뇬이라고 욕하겠지만, 과연 종일 딸과 손녀와 보내는 시엄니는 자식과 분리되어 살아가야할 며느리의 고통을 알까?
내새끼 내맘대로 하지도 못하고, 늘 주도권은 시엄니한테 있어서 옷하나 사입힐 때도 시엄니 눈치를 봐야하는 며느리의 심정을 아주 조금은 알까?
시엄니는 30이 다되가는 딸이 시집을 갔어도 늘 지척에 두고 돌아보고, 이틀이 멀다하고 만나면서, 젖도 안 뗀 아이를 떼놓아야 했을 며느리의 심정은 알까?

아빠는 찾아도 엄마소리도 못하는 아이, 할머니, 고모, 삼촌을 더 찾는 아이를 대하는 엄마의 죄 지은 심정을 시엄니는 짐작도 못할 것이다. 그저 매정한 며느리, 돈벌어야하는 며느리로 알겠지..

아들의 야근과 고생은 가족을 위한 희생이려니 하면서 안쓰럽게 바라보다가도, 며느리의 야근은 오히려 아들 야식이나 제대로 챙겨줄까 싶은 생각에 오히려 달갑지 않아하는 시댁문화..

가족은 함께 살아야 한다.

어서 주희가 커서 아침저녁이라도 얼굴 대하는 그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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